보고 쓴 것들/독서

[서평]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서필훈

토아드 2021. 12. 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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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우연히 들른 독립책방에서 제목과 표지가 눈에 띄어서 선물받게 된 책이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뭔가 좋아하는 것은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무슨 내용일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한번 감으로 책을 골랐다.

 

커피 리브레의 대표인 서필훈 대표가 자신이 어떻게 커피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지 간단히 이야기 해 주고, 책의 중간부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신이 커핑을 하기 위해 찾아다닌 세계 곳곳의 커피 농장을 방문하는 방문기를 이야기 해 준다. 도중에 간단한 커피 지식도 짧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평소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마시면서 보던 나라 이름이 나오던지라 흥미가 생기면서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방문한 커피농장의 환경과 기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농장에서 나온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트에 적혀져 있는 향미만 보고 국가만 보면서 아 여기 나라 커피가 맛있었다고 기억하기만 했지만 국가만으로 커피의 맛을 분류하기는 어렵다고도 책에서 알게 되었고, 작가가 말하는 '커피의 얼굴' 을 알고 마시면 더욱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는 핸드 커피 그라인더를 대신할 전동 커피 그라인더를 살 충동감에 잠시 빠졌지만, 생활이 안정될 때 까지 참기로 한다.

 

커피나 와인 등 여러 국가와 지역의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게 되면 국가나 지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쌓인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특히 국가나 수도와 지리상 위치같은 것에 젬병인데 와인이나 커피를 배우다 보면 모르던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등을 조금씩 알아간다는 점이 좋다. 

 

아래는 책에 나온 국가와 커피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나중에 내가 한번 마셔보고 싶기에 정리한 것들이다.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 킬리만자로 농장 - 아이다

 엘살바도르는 1740년 중미에서 가장 먼저 커피 재배를 시작한 나라라고 한다. 내전 전까지는 GDP 의 50% 가 커피 산업이 차지할 정도였지만 내전 이후에는 GDP의 5% 정도까지 하락하였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농장의 커피가 매우 기억에 남아 첫 니카라과 산지 방문을 하면서 작가가 방문한 지역이다. 별 고생을 다 하고 커피를 맛보았지만 금전적 문제로 생두를 구매하지 못했다고 한다.

 

엘살바도르 놈브레 데 디오스 농장(=스페인어로 신의 이름) - 마리아

 불확실한 토지에 커피농장을 일구어 성공해 내었지만 폭우와 커피녹병 등으로 커피농장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농장이다. 풍부한 산미, 꽃향기, 과즙 향미 등은 부족하지만 달콤하고 오렌지향, 매끄러운 촉감, 긴 여운이 좋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커피농사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하니 지금은 어떤 맛이 날지는 또 모른다. 리브레 홈페이지에 원두로 판매하고 있으니 금방 구매해도 될듯 싶다.

 

온두라스 차기테 마을 바냐데로스 농장

 해발 1700 미터에 위치한 농장으로써, 작가가 처음 방문할 당시에는 펄퍼가 없어서 커피 열매째로 커피를 판다고 했다. 작가가 직접 커피를 사서 설치하고 커피에 대한 교육도 하면서 품질을 높였다고 한다. 높은 고도에서 재배한 덕을 본 것인지 꽤나 괜찮은 커피 맛이 난다고 한다. 

 

에콰도르 - 마리오와 세르비오

 매우 척박한 환경에서 펄퍼와 같은 커피 관련된 기구들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면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 스토리에서는 안좋은 환경에서의 모습만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스폐셜티커피 대회 우승을 차지한 세르비오와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여한 마리오의 소식만 마지막에 짤막하게 보여줘서 커피에 대한 궁금증이 막 나오진 않았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 헨드리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전 사장이 제일 좋아하는 커피가 에이징한 수마트라 만델링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커피 재배 역사가 300년이 넘고 생산량도 2020년 기준 4위라고 한다. 수마트라 커피는 개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길링 바사라는 전통적인 생두 가공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생두가 충분히 마르지 않은 상태로 파치먼트를 벗겨낸 후 건조하는데 이 과정이 산미를 떨어뜨리고 바디감과 단맛을 증대시키며, 발효취, 흙냄새, 스파이시한 향미를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세식, 자연건조, 펄프드 내추럴 등 다양한 가공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마트라 커피 고유의 발효취를 제거하고 산미와 클린컵을 개선한다고 한다.

 

케냐 응다로이니

<아웃 오브 아메리카> 의 배경인 케냐의 커피 농장이 이곳에 있다고 한다.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 도심은 커피밭이 펼쳐진 농촌과는 꽤나 다른 세상이라고 한다.

 케냐의 가장 중요한 커피 산지는 나이로비에서 150km 정도 북쪽으로 떨어진 니에리 근방이라고 한다. 이곳에 응다로이니 커피 가공소가 있는데, 원래의 고품질 커피 품질이었지만 최근에는 수확량과 품질의 저조로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후의 문제도 있지만 케냐의 커피 거래구조가 문제라고 작가는 말한다. 판매대리인, 드라이밀, 수출업자, 수입업체 모두 동일한 다국적기업에 속해있다 보니 케냐의 커피 가격에 비해 케냐의 커피 생산자에게 들어가는 돈이 매우 적다고 한다. 그것도 최근에는 가공소와 구매업체 간 직거래 방식을 도입하는 등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고, 리브레에서도 케냐의 커피를 이런 방식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결과 케냐의 흉작에도 불구하고 응다로이니는 2배 이상의 커피 수확량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카파 - 칼디와 랭보

 에티오피아에는 염소가 커피 열매를 먹고 잠을 자지 않은 것에 기인하여 커피를 처음 먹게 된 설화가 있는 지역인 커피의 기원이자 어원인 카파 지역이 위치해 있다. 에티오피아의 아라비카 커피는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여 기후변화에 취약하지만, 카파 숲의 야생 커피들의 종이 매우 많아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대응할만한 열쇠로 기대된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내가 처음으로 외운 커피 원두의 원산지이다. 특유의 산미와 과일향 등이 마음에 들어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던 초기에 마음에 들어했던 커피로 기억되었으며, 현재도 마땅히 끌리는게 없으면 에티오피아 원두를 주문하기도 한다.

 계속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를 책에서 보다 보니 앞으로 기후가 더 변화하면 바나나처럼 커피도 마시지 못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랭보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최초로 유럽에 수출한 시인이자 무역상이라고 한다.

 

니카라과 리브레 농장

 저자가 직접 농장을 사서 일구고 있는 커피 농장이라고 한다. 원래 농장은 컵 오브 엑설런스에서 우승까지 했다고 하지만 관리 부족으로 인하여 매매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농장이다 보니 한번쯤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농사일이라는게 자연의 섭리를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기도 했다.

 

볼리비아 로스 로드리게스 농장 - 페드로 파블로

 파블로는 볼리비아의 커피를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적일 정도의 노력을 커피재배에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 중 하나인 사마이파타의 농장은 매우 건조해서 커피재배를 하기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했는데, 저수지까지 만들어 가면서 파블로는 커피 농장을 일구어 갔다고 한다. 건조한 기후 덕에 나오는 작고 단단한 열매에서는 농익은 단맛이 일품인 커피가 나온다 한다. 

 파블로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볼리비아의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꽤 강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니카라과, 라 에스페란사 농장 - 마리오

 마리오가 재배하는 커피는 단아하고 은은한, 제비꽃과도 같은 커피라고 한다. 커피의 향과 맛을 느끼는 데에 있어서는 둔감한 편이라서 내가 이 맛을 잘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제비꽃향이 나는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이 커피도 왠지 궁금하다.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은 지역들이 있지만, 이번 서평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키부 호수 지역

인도 아라쿠

콜롬비아 카우카

과테말라 

 

책을 읽다가 지역이나 농장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작가가 쓴 글이 인터넷에도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굳이 여기에 나오는 커피가 아니더라도, 스폐셜티 커피를 즐길 때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 지역과 농장에 대해 검색해서 이야기를 읽어본다면 커피에 대한 더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지금 내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정도로 커피를 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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