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쓴 것들/독서

[서평]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토아드 2023. 5. 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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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평소대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려다가, 어떤 좋은 문구와 인용으로 글을 시작하면 어떨까 하고 기교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가, 정말로 내 맘속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써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TMI 같은 내용을 굳이 글에 쓰냐면 이 책의 주제이자 주인공과도 같은 찰스 스트릭랜드의 행동과 인생을 생각하자니 이런 기교 같은 행동과 멋들어지게 쓰려는 나의 시도가 나다운 것인지, 내가 진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쓰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책은 주인공인 '나'를 통해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설명해 준다. 평범한 런던의 증권 브로커였던 스트릭랜드는 갑작스레 화가가 되겠다고 가정을 내팽개치고 맨몸으로 집을 나가는데, 오직 예술만을 추구하고 주변의 시선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기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하면서도 진정으로 속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없고, 어쩔때는 터무니없는 악인 같다가도 어쩔때는 순진해 보이기도 하다가 마지막에는 엄청난 거장으로써의 면모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어찌도 이렇게 자기가 추구하는 것만을 쫓고 그외의 것들은 뒷전으로 생각하고, 남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도 않으면서 살수 있는가 싶었다. 현대에 와서는 사람들은 먹고사는 것을 넘어서서 먹고사는 것을 어떻게 수준높게 영위하고, 어떻게 적은 고생으로 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지를 생각하며 산다. 나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고, 더 편안하게 생활하고, 더 좋은 곳에서 자며, 덜 일할수 있을까?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하고, 직장인의 능력을 키워서 어떻게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게 되면 결국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뒷전으로 생각하고 나의 인생을 미래의 나에게 맡겨 버린다. 현재의 나의 자산들을 미래를 위해 모으고, 어느샌가 안전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업은 전락하고 만다.

나는 요즘 삶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나중에 돈을 벌고 안정적인 수입을 불로소득으로 유지한다고 한들 내가 그때쯤에 진정으로 삶을 즐기는 방법을 알기나 할까? 하는 변명을 내세워서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는데 소비를 많이 한다. 내 감정과 기분을 몸과 목소리와 언어와 손으로써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내가 살고싶은 곳을 알고 그것을 내 취향껏 꾸밀줄도 알며, 내가 원하는 나라는 인간의 이미지에 맞는 옷과 악세사리를 추구하고, 맛과 향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스스로 그 맛과 향을 제조하기도 하고, 자연과 사소한 것들에 대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삶을 사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중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라는 인간에 대한 자신감이 이전보다는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를 표현할줄 알고 나를 뽐낼줄 알면서 나라는 인간의 취향 자체가 내 매력이라는 생각을 하니 여태껏 소비하고 느껴왔던 경험들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던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을 진정으로 영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내 직업적인 측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성과와 실력을 쌓아 올리면서 긍정적 영향을 주고 내가 있는 곳이 남들이 오고싶은 곳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않은가? 내가 만든 것들로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좀더 좋은 방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는가? 내가 재밌다고 느낀 컨텐츠를 내가 창조하면서 다른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있지 않았는가?

스트릭랜드가 추구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지만, 나 나름대로 감추고 있던 내가 하고싶던 것들이 있었는데 나는 지금 그것들에 가까워 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스트릭랜드는 철저히 남들과는 상관없는 자신만의 예술을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지도 않았으며, 누구에게 자랑도 하고싶지도 않고 누군가 나를 아껴주길 바라지도 않은듯한 비뚤어진 인간같이 보였다. 대체 그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움이란 것을, 미라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그에게 아름다움과 미는 다른사람들과의 관계가 없이는 성립할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중간에 스트릭랜드와의 대화에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간다면 예술을 영위할 것이고 글을 계속 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마지막에는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듯 자신이 쓴 최대 걸작을 그는 불태워 버린다. 왜 그런걸까?

달과 6펜스 2번 챕터의 마지막 문장에는 '내가 나 자신의 즐거움 아닌 어떤 것을 위해 글을 쓴다면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아니겠는가' 라는 말이 있는데, 나중에 책을 읽다가 이부분을 우연히 펼쳐보게 되었을 때 소설속의 '나'는 이야기 도중까지는 다른사람에 대한 인정과 명성등을 중시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야기 중반부에는 꽤나 스트릭랜드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초반부에서 느껴졌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는 스트릭랜드 부인과 그의 가족들, 관련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로버트 스트릭랜드가 하는 말을 성경에 나오는 말인줄 알고 고개를 내리까는 장면이나, 찰스 스트릭랜드가 예술혼을 불태우기 전의 모습만 알고 예술을 불태우러 나가는 찰스를 부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찰스 스트릭랜드가 목숨보다도 중시하며 쌓아올린 예술을 마치 자신의 일부인마냥 행동하면서 예술을 아는듯한 허영심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 책의 제목인 달과 6펜스와 얼추 떨어져 맞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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